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국물 요리
고려 시대는 불교가 국교로 자리 잡고 있었던 만큼 식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국물 요리는 당시의 생활 방식과 음식 철학을 반영하며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한국 음식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 시대에 시작된 전통 국물 요리들은 단순한 보양식이나 식사의 일부가 아니라, 특정 계층과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독창적인 맛과 조리법을 발전시켜 왔다. 이번 글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대표적인 전통 국물 요리들을 살펴보며, 그 역사와 특징을 알아본다.
1. 사찰음식의 정수 – '버섯맑은장국'
고려 시대는 불교가 지배적인 종교였기 때문에, 사찰음식이 크게 발달했다. 사찰에서는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채소와 곡물을 활용하여 국물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버섯맑은장국이다.
버섯맑은장국의 유래와 특징
버섯맑은장국은 고려 시대 스님들이 수행 중 섭취했던 주요 국물 요리로, 맑은 장국(국물) 형태로 만들어져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한다. 불교 사찰에서는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섯과 다시마, 콩으로 국물의 깊은 맛을 냈다.
전통적인 조리법
-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든다.
- 다시마 육수를 우려내고, 국간장이나 된장을 약간 풀어 기본 국물의 깊은 맛을 낸다.
- 버섯을 넣고 푹 끓여 감칠맛이 우러나도록 한다.
이 국물 요리는 현대에도 사찰 음식으로 남아 있으며,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2. 고려 왕실이 즐긴 보양식 – '임자수탕'
고려 시대 왕족과 귀족들은 궁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국물 요리를 먹곤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임자수탕이다.
임자수탕의 역사와 의미
‘임자수(荏子水)’란 들깨를 뜻하며, 임자수탕은 들깨를 갈아서 만든 고소하고 영양가 높은 국물 요리이다. 이는 궁중에서 임금이나 왕족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음식으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양식으로 전해 내려왔다.
조리법과 특징
- 들깨를 곱게 갈아 물에 풀어준다.
- 닭고기를 푹 고아 국물을 우려낸 후 들깨물을 섞는다.
- 은은한 불에서 끓여 걸쭉한 질감을 유지하며, 마지막에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오늘날 임자수탕은 들깨칼국수나 들깨탕 형태로 변형되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3. 고려 시대 민중의 힘이 되어준 – '콩나물국'
고려 시대에도 서민들은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국물 요리를 먹으며 힘을 보충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콩나물국이다.
콩나물국의 기원과 특징
콩나물은 고려 시대부터 일반 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였으며, 특히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콩나물국은 맑은 국물에 콩나물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숙취 해소와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지녔다.
고려 시대의 조리법
- 멸치나 다시마로 육수를 만든다.
- 콩나물을 넣고 짧은 시간 동안 끓인다.
- 다진 파와 간장,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특히 고려 시대에는 간장 대신 소금이나 장국을 사용하여 담백한 맛을 유지하려 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4. 전쟁 중 병사들의 배를 채운 – '설렁탕'

고려 시대에는 전쟁이 잦았기 때문에 병사들이 먹을 수 있는 영양가 높은 국물 요리가 필요했다. 그런 환경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설렁탕이다.
설렁탕의 유래와 역사
설렁탕은 고려 시대 몽골과의 전쟁 중 병사들이 한 마리의 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국물 요리였다. 몽골군의 영향을 받아 조선 시대까지 전해진 음식으로, 소의 뼈를 오랫동안 푹 고아 우려낸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조리법
- 소뼈를 깨끗이 손질한 후 큰 솥에 넣고 장시간 끓인다.
- 뼈에서 깊은 국물이 우러나면, 소고기 살코기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 소금과 다진 파를 곁들여 간을 맞춘다.
설렁탕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더욱 발전하여 오늘날 대표적인 한식 국물 요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국물 요리들은 당시의 종교, 사회적 계층, 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발전해 왔다. 버섯맑은장국은 사찰 음식의 영향을 받아 육류 없이 깊은 맛을 내었으며, 임자수탕은 궁중에서 임금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서민들의 필수 음식이었던 콩나물국은 오늘날에도 대중적인 해장국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전쟁 속에서 탄생한 설렁탕은 현대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남아 있다.
고려 시대 국물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생활 방식과 철학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전통 국물 요리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단순히 한식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나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귀한 음식들이 현대인의 식탁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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